피에르 잔느레(Pierre Jeanneret, 1896-1967)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로 진보적인 건축철학을 추구해 왔다. 그는 실용적이면서도 미적인 디자인을 구현했다. 현대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 코르뷔지에의 사촌으로 50여년간 협업하며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국제적으로 유명세를 얻은 르 코르뷔지에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잔느레는 르 코르뷔지에와 달리 섬세하고 소심하지만 상상력이 풍부하고 손재주가 많았단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공동 프로젝트이자 20세기 중반 인도의 독립 이 후 진행된 산업화의 역사를 보여주는 찬디가르 도시 계획 프로젝트를 보여준다. 실내건축 에 따른 가구 및 공공 디자인에 참여되었던 간이침대, 서랍장, 소파, 도서관책상 등이 있다. 1951년 시작된 찬디가르 프로젝트는 인도 고유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존중하는 동시에 진보적이고 새로 운 도시를 건설하는 복합적인 도시계획 프로젝트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인도는 기존의 도시들 을 개발하여 국가의 새로운 출발을 목표로 인도 북서부에 위치한 펀자브(Punjab) 주의 찬디가르시(市)를 국내의 세종시와 같은 정부 관할 행정 지역으로 기획한다.
인도 정부는 1950년 피에르 잔느레와 르 코르 뷔지에게 이 프로젝트를 의뢰, 이후 영국 출신 부부 건축가인 맥스웰 프라이와 제인 드류와 팀을 구성하여 프로젝트를 실행했다. 인도 최초의 총리 jawaharlal nehru, chandigarh의 비전 아래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계획한 찬디 가르는 1952년에 처음 지어졌다.
피에르 잔느레는 찬디가르 건축사무소의 책임자로서 15년간 인도에 머무르며 프로젝트의 실행과 관리감독을 총괄했다. 대표적인 건축 사례로는 간디 도서관(Gandhi Bhawan)1을 비롯하여 공립학교, 문화시설, 그 리고 서민을 위한 다세대 주택단지들이 있다.
인도의 문화와 생활 방식에 빠르게 적응하여 현지실정에 맞는 디자인을 연구했다. 습하고 더운 인도의 기후에 따라 통풍이 원활하도 록 모든 건물 앞에 베란다와 현관지붕을 설계하였고, 인도의 전통 공예와 재료를 접목시킨 가구 디자인을 도입, 지역에서 흔히 구할 수 있었던 목재, 대나무, 줄기 그리고 건축자재들을 활용한 책상, 의자, 책장, 스툴, 소파, 램프 등에 이르는 다양한 가구들을 디자인 및 제작했다.
잔느레는 건축뿐 아니라 가구에 관한 디자인 능력이 탁월했다. 남다른 손재주와 언제 어디서든 재료에 구애 받지 않고 디자인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으며 한 예로 그의 가까운 동료였던 장 프루베는 1982년 ‘지구에 나무와 돌만 남았을 때 그것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건축가’라고 언급한바 있다.
그는 사촌형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찬디가르 프로젝트를 진행할 당시 X, U, V와 같은 기하학적인 모양이 도드라지는 가구를 많이 만들었다. 인도의 전통 소재와 공예기술을 결합하여 독특한 지역정서를 살린 '실용적인 것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단순한 디자인에 최소한의 재료를 결함하여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이 가구들은 카스트제도가 만연한 인도 사회에서 계급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했다.
1929년에는 연례로 개최되는 파리예술가들의 등용문인 전시 살롱 도똔느에 샤를로뜨 페리앙과 르 코르뷔지에와 협업한 디자인 가구들을 출품했고, 1946년 미국의 유서 깊은 가구디자인회사 Knoll사의 의뢰를 받아 두 개의 V가 겹쳐진 모양을 띈 Model 92 Scissors Chair, 일명 가위형태의 의자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잔느레가 디자인한 다양한 가구는 모두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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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ssors Chair(1950) 팔걸이가 없는 의자로 미국의 놀을 위해 디자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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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SI-30-A(1954) 의회, 고등법원과 다른 행정기관빌딩을 위해 디자인한 의자로 등받이 높이에 따라 3가지 모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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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SI-36-A(1955) 소파와 세트로 구성한 의자로 컴퍼스 모양의 다리와 살짝 젖힌 등판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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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SI-59-A(1955) '캥거루체어'라 부르는 의자는 개인 주거용 집을 위해 디자인했으며 조형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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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TAT-08-A(1955) 도서관 테이블로 상판에 책장을 겸한 가림막을 두고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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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SI-28-A(1956) 등받이가 분리되는 오피스 체어는 컴퍼스 다리가 팔걸이를 지지하는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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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SI-29-A(1956) PJ-SI-28-A의 이지버전으로 오피스에서 사용하기 위해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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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SI-S-33-C(1956) 주거용 호텔을 위해 디자인한 3인용 벤치는 다른 길이의 막대를 붙여 만든 V자 다리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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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SI-TB-04-A(1956) 테이블과 스툴을 겸용한다. 사를로트 페리앙의 스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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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R-14-A(1958) 높이가 낮은 사이드 보드는 찬디가르 주거용 호텔을 위해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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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BU-15-A(1958) 양쪽 캐비닛이 다리 역할을 하는 책상은 행정부 고위 간부를 위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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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R-27-A(1958) 도서관을 위해 디자인한 낮은 책상은 양쪽에서 책을 놓을 수 있게 수납 공간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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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SI-26-A(1960) 교실체어로 알려진 의자는 팔걸이에 단상판에 공책을 올려놓고 필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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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L-09-A(1960) 밖으로 뻗은 4개의 다리가 독특한 데이베드는 케인과 티크 소재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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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SI-51-A(1960) 대학과 고등법원의 도서관용 의자는 콤팩트한 디자인으로 최소한의 공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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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_BU-19-A(1960) 행정부의 하급 관료들을 디자인한 책상 X자 다리가 돋보인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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