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쉼터 두 곳
브릭웰
서울 통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그라운드시소 서촌은 일명 브릭웰로 불린다. 얇은 벽돌로 쌓아 올린 외벽과 중앙의 소소한 정원이 인상적인 이곳은 인스타그래머들의 선택을 받으면서 서촌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부상했다. 건축사 사무소 SoA(Society of Architecture)와 디자인 스튜디오 로사이(Loci)가 설계했다. 대림미술관 부근, 서촌 특유의 좁은 골목으로 발을 옮기다 보면 통의동 백송터와 인접한 브릭웰을 만날 수 있다. 좁은 골목 안에 세련된 건물이 비밀 아지트처럼 숨겨져 있는 사실에 먼저 놀라고, 브릭웰이 나무 밑둥만 남아 있는 백송과 이웃끼리 대화하듯 친밀하게 이어진 점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바로 작은 정원에 매료된다. 누구나 지나갈 수 있는 중정이자 쉼터다. 1층 정원에서 고개를 들면 4층 건물을 관통하는 지름 10.5미터의 아트리움과 시원하게 뻥 뚫린 하늘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브릭웰이 '벽돌 우물'을 뜻하는 것처럼 우물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느낌을 준다. 즉 작은 연못을 지닌 정원의 정중동에 심취하다가 곧 하늘을 향해 상승하는 정원의 기운과 함께하게 된다. 더불어 브릭웰의 내부는 중정을 중심축으로 하고 있어 건물이 정원을 포근하게 감싸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둥글게 회전하는 동선을 따라 올라가면 안쪽을 향해 테라스가 있어서 각층마다 다른 정원의 모습을 즐길 수 있다. 벽돌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이 건물의 숨구멍처럼 생기를 더하는데, 특히 4층의 글래스하우스는 풍부한 빛을 공간 내부로 끌어들이고 있다. 4층 테라스의 의자에 잠시 앉아 서촌의 빛과 바람을 만끽하는 것도 잊어선 안 된다.
문화비축기지
2010년대는 재생 건축이 화두였다. 그 열풍은 40여 년간 석유비축기지로 사용했던 산업화시대의 유산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재생 건축이 과거 건축물의 정체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새롭고 효율적인 공간으로 거듭난다는 점에서 마포(성산동)의 문화비축기지는 대표적인 모범 사례다. 탱크를 해체하고 유리로 된 벽체와 지붕을 얹은 파빌리온, 매봉산 암벽과 콘크리트 옹벽이 어우러져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는 야외 공연장, 파빌리온과 공연장의 탱크를 해체하며 나온 철판을 외벽에 활용해 재생을 넘어 재창조로 나아간 커뮤니티센터 등은 존재 자체로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탱크 내부를 그대로 살린 복합문화공간에 홀로 있으면 탱크의 거대함과 적막함이 피부에 전율을 일으킬 정도로 생생히 다가온다. 이곳이 지닌 역사적 가치나 건축의 의미도 소중하지만, 석유 탱크 안은 굉장히 생소한 경험을 준다. 또한 일부만 남은 콘크리트나 녹슬고 부식된 탱크의 철판 등은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존재와 소멸, 시간성을 체험하게 만든다. 기억의 힘을 상기시키는 이 공간을 긴 여운이나 영감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궁극적으로 ‘위로의 건축’이라고 칭하고 싶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리 천장이나 탱크에 비가 떨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소리나 빗방울의 흐름이 또 다른 장관을 만들어낸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머금은 건축물이 빗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돋보이며 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출처: 하퍼스 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