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바라보는 고유한 시선
국내에서 건축사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 가고 있는 김용관 작가의 작업세계를 탐색하고, 이로써 건축사진의 장르적 특징과 가능성을 살펴보는 자리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되어 있다.
국내외 유명 건축가의 작품을 사진으로 담아온 김용관은 지난 30여 년간 건축물을 자연과 도시 속에서 주변과 관계 맺으며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대상으로 인식하고 고유한 시선을 구축해 왔다. 그간 촬영한 수만 장의 사진 가운데 선별한 한국 건축의 미학적 가치를 기록한 39점의 작품을 전시장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
디자인의 여러 장르 가운데 건축은 장소 특정적인 유일무이한 작업이다. 같은 건축 디자인도 그것이 놓이는 지역과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한다. 디터람스의 제품디자인은 서울에서 실물로 볼 수 있지만, 에펠탑의 정경과 시야는 우리가 파리에 가지 않는 한 경험할 수 없다. 건축에 대한 직접 경험과 체험은 이렇듯 제한적이다. 결국 우리가 건축에 관해 갖는 인식과 가치판단, 경험은 결국 사진기록에 대부분 의존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사진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갖는다. 건축가의 관점을 대변해야 하고, 디자인의 완성도를 판단해야 하는 척도가 된다. 다른 어떤 장르보다 건축에서 사진은 인식과 의미 형성의 체계 안에 깊숙하게 개입한다. 건축 사진작가는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메신저나 기록가가 아닌 가치와 의미의 탐색자이다. (전시 서문 중에서)
김용관은 이 같은 건축사진의 이미론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 사진작가이다. 1990년부터 월간 스페이스와 건축과 환경(현 C3)등 국내 주요 건축매체의 전속 작가로 활동하면서 동시대 한국건축의 발전상과 의미를 목도하고, 이를 그만의 고유한 미학적 구도와 깊이로 담고 있다. 그는 때론 건축가보다 더 넓고 싶게 건축을 관조하고, 설계자조차 의도하지 않은 조형과 풍경을 만들어내는 건축의 두 번째 창작자이기도 하다. 특히 건축을 하나의 독립된 오브제나 사물이 아닌 자연과 도시 속에서 주변과 끊이없이 관계 맺음하는 생동하는 풍경으로 인식하며 건추갓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그의 건축사진을 마주하는 것은 디자인과 예술 분야에서 건축의 특이성을 알아가는 것이며, 건축사진이라는 고유한 장르를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의미와 가치의 사슬이 아니더라도 그의 사진은 그 자체로 하나의 감동이며, 건축과 자연이 빚어내는 감각의 매혹이다. (전시 서문 중에서)
관계의 기록, 풍경으로의 건축
기간: 2023년 5월 4일 ~ 8월 6일 10:00 ~ 20:00
장소: DDP 디자인랩 1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