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없는 '예술 실험'
조각을 전공한 작가 전소정은 멈춰 있는 조각 작품을 기록하기 위해 작업기를 촬영하다가 비디오의 매력에 빠졌다. 그렇게 그는 국경을 넘나들며 다른 사람의 스토리를 영상으로 옮기는 길을 택했다. 전 작가는 비디오가 보이지 않는 것까지 비출 수 있는지 연구하며 영상을 통한 감각의 활성화에 집중했다. 관객들이 영상 속 인물과 함께 무언가를 만지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하고, 그들이 내는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게 된다는 이유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꼽은 ‘올해의 작가상 2023’ 후보자 네 명 중 한 명인 전소정은 서울 소격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개인전을 열며 이곳에서도 타인의 소리에 주목한 3채널 영상 ‘오버톤’을 메인 작품으로 내놨다. 소리 하나만을 따라 남북을 가로질러 이동한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의 여정에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다. 한국과 독일, 과테말라에서 활동하는 세 명의 작곡가가 각각 가야금, 고토, 고쟁을 위한 곡을 만들어내는 1시간30분가량의 영상을 세 개의 패널에 담았다. 세 개 화면은 전부 크기가 다르고 어긋나게 배치됐다. 관객이 앉아서 관람할 때 어느 화면에 집중하는가에 따라 이야기의 중심이 달라진다.
(좌) 전소정, Epiphyllum I, 2023, H 186 × W 120 × D 110cm, VR 3D sculpture, aluminium casted
(우) 전소정, Epiphyllum III, 2023, H 140 × W 120 × D 120 cm, VR 3D sculpture, aluminium casted
전소정(b.1982, 부산)은 대한민국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이다.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 석사학위를 받았다. 작가는 영상언어와 글쓰기를 통해 역사와 현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환기시키는 비선형 시공간을 창조하거나, 물리적 경계의 전환이 일상의 감각적 경험을 어떻게 관통하는지에 관심을 갖는다. 특히 작가는 모더니티의 폐허 속에서 경계에 선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가치, 풍경에 주목하여 자신의 경험과 교차시키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작가는 인터뷰, 역사적 자료 및 고전 텍스트에서 차용한 내러티브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며, 개인의 삶에 내재한 미학적이며 동시에 정치적인 요소를 드러낸다.
전소정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스위스 베른 미술관, 백남준 아트센터,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르코미술관, 파리 팔레드도쿄 미술관, 파리 빌라 바실리에프, 제 11회 광주 비엔날레, 삼성미술관 리움, 오사카 국립 미술관 등 다수의 개인전 및 그룹전에 참여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한네프켄 파운데이션, 울리 지그 컬렉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삼성 리움미술관, 오사카 현대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경기도 미술관, 두산아트센터, 송은미술재단 등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 및 기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참고: 한국경제, 바라캇 컨템포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