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북부 한 건물에 ‘얼굴 없는 화가’로 알려진 뱅크시의 신작 벽화가 공개됐다. 이번 작품은 봄인데도 앙상한 큰 나무와 낡은 흰 벽을 활용했다. 18일(현지시각) 뱅크시는 공식 인스타그램에 작품을 그리기 전 나무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어서 뱅크시는 작품을 완성한 후 풍경의 비포 & 애프터와 작품의 세부 디테일까지 공개해 주목받았다.
이번에 뱅크시는 나무 뒤 흰 벽에 녹색 페인트를 활용해 마치 나무의 잎처럼 표현했다. 결과적으로 풍성한 잎을 가진 나뭇잎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을 보인다. 이어서 나무 아래쪽에는 압력 호스 통을 들고 나무를 바라보는 한 인물을 그려 호기심을 자아냈다.
뱅크시는 이번 작품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별도의 글을 남기지는 않았다. 이에 뱅크시의 의도가 뭐였을지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부는 이번 작품이 '기후 위기 속에서 희망의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기후 위기 경고는 기존 여러 뱅크시의 작품에서 나온 단골 주제다.
반면 '그린 워싱'을 비판한 작품이라는 의견도 다수 존재한다. '그린 워싱'은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활동을 이어가면서도 정작 마케팅 등을 통해서는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뜻한다.
이에 뱅크시 관련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제임스 피크도 의견을 냈다. 그는 "자연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다시 자라도록 돕는 것은 우리 인간에게 달려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작품을 얼핏 보면 나무가 싱싱하게 살아 있어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봐도 가짜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착시 효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금은 봄이고 원래 나무에 새 잎이 돋아나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앙상한 나무를 보고) 뱅크시는 아마 지나가다가 나무가 비참해 보인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뱅크시의 새 벽화는 3월 20일 표면에 흰색 페인트가 뿌려진 채 훼손된 채 발견됐다. 작품 주변에는 금속 울타리도 설치해 일반인의 접근을 제한했다. 글을 쓰는 시점에서는 훼손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뱅크시의 스튜디오 Pest Control의 인증을 받지 않았으므로 엄격하게 판매할 수는 없지만 그의 거리 작품을 훔치고 채찍질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다. 세 대의 군용 드론이 붙어 있는 빨간색 정지 신호의 그의 마지막 야외 작품은 런던 남부 페컴에 설치된 지 몇 시간 만에 도난당했다. 기상청 직원들은 인증 증명서 없이도 이 작품의 가치가 약 50만 파운드(약 5억 5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여전히 이 작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 Radio 4의 Today 프로그램에서 뱅크시 팬이자 팟캐스트 제작자인 James Peake는 뱅크시가 자신의 새 작품을 통해 어떻게 이 난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는지 언급했다. "아무도 이걸 훔칠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나무를 훔치려고요?" 피크가 말했다.
뱅크시는 그간 세계 곳곳의 거리에 평화와 사랑, 환경, 국가권력 등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을 남겨 왔다. 인간과 사회상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뱅크시의 작품들은 전시나 경매에서 거액에 판매된다. 이에 지난해 말 뱅크시가 런던 거리의 '정지'(STOP) 표지판 위에 군용 드론을 그려 넣은 작품은 뱅크시가 진품임을 확인한 직후 도난당하기도 했다.
한편 뱅크시는 본명이나 신원이 알려지지 않아 '얼굴 없는 화가'로 불린다. 대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작품에 대한 사진을 올려 자신의 진품이 무엇인지 인증한다. 뱅크시의 작품은 최소 수 만달러에서 수 십, 수 백만 달러에 판매된다. 2021년 소더비 경매에서 뱅크시의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 작품은 1870만 파운드, 당시 우리 돈 304억 원에 낙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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