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1392~1550)의 회화는 여러 면에서 조선시대 회화의 근간을 이루었다. 문화의 꽃을 피운 세종조 연간을 중심으로 안견, 강희안을 비롯, 서예가 안평대군 등 혜성 같은 화가들을 배출하였으며, 격조 높은 한국적 화풍을 이루어 후대 회화 발전의 토대를 굳건히 하였다. 명과의 회화 교섭이 활발해지면서 다양한 중국화풍을 수용, 소화하여 한국적 화풍을 이루어냈다.
우선 북송 곽희파 화풍과 마하파 화풍을 받아들여 우리 나름의 개성있는 화풍을 이룩한 안견파 화풍이 주류를 이루었다. 안견의 <몽유도원도>, 전칭<사시팔경도>를 보면 그가 곽희파 화풍을 토대로 자성일가했음을 알 수 있다. 안견파 화풍은 일본 무로마치 시대 산수화의 발전에도 크게 공헌했는데, 일본 수묵화의 비조인 수유분은 1424년 조선에 머물렀던 것을 계기로 그와 그의 제자들의 작품에서 삼단구성, 퍼스펙티브한 효과, 공간의 무한확장과 대기의 표현, 경물군의 유기적 매치, 언덕과 쌍송의 소나무 등 안견파 화풍의 영향을 보여준다.
문인화가 강희안은 명대 원체화풍과 절파화풍을 수용하여 <고사관수도>에서 보듯이 문기 넘치는 자신만의 화풍을 이룩했고, 절파는 중기에 이르러 크게 유행하였다. 남송의 마하파 화풍을 수용은 안견파 일부의 작품과 전칭 이상좌의 <송하보월도>에서 그 영향을 찾아볼 수 있으며, 최숙창, 서문보, 이장손 등의 15세기 말 화원들에 의해 원대 고극공계 미법산수화풍도 수용되었다.
산수화 외에도 인물화, 영모화, 초충화 등이 크게 발전했는데, 인물화는 성종조의 화원 최경이 뛰어나 '안견은 산수화, 최경은 인물화'로 통했다.
영모화에서는 강아지를 그린 이암이 단연 대표적인데, 조선 초중기에 활동하여 독특한 동물화의 세계를 펼쳤다. <모견도>에서 나무밑 어미개와 젖을 파고드는 강아지들을 그려냈고, <화조구자도>에서 낮잠자는 누렁이, 봄의 정경을 감상하는 검둥이, 곤충을 입에 물고 장난치는 흰둥이의 세마리 강아지를 그려냈다. 구성이 뛰어나고 꽃으로 봄의 향기가 그득하며, 천진난만한 강아지들의 모습에서 지상낙원을 대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암의 강아지 그림은 중국과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적 취향이 물씬 풍긴다. 초충화에서는 신사임당이 유명한데, <초충도>는 단순한 주제, 간결한구도, 섬세한 여성의 필치, 미세한 설체법, 산뜻한 한국적 품위, 색채감각이 뛰어나다.
조선 초기에는 다양한 중국화풍을 수용/소화하여 독자적인 한국적 화풍을 이룩했고, 일본 수묵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이후 16세기 화가들은 굳건히 다져진 초기의 안견파 화풍과 한국적 절파 화풍의 전통을 이어 나갔다. 이암의 강아지그림,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 영모화, 초충화 부분에서도 독특한 한국적 화풍을 이루어 냈다.
주요 작가와 작품
강희안 <고사관수도>
강희안은 세종조의 유명한 선비화가. 명대원체화풍과 절파화풍을 수용하여 나름대로 소화. 바위에 턱을 괸채 걸터 앉아 수면을 바라보는 선비. 고아한 풍고. 필치활당 세련 짙은 문기. 강렬한 흑백 대비 효과. 속도감 있고 날렵한 필선. 거침없는 먹의 사용. 인물이 크게 부각된점. 절파계 소경인물산수화.
이상좌<송하보월도>
노비였다가 도화서 화원됨. 남송 마하파화풍 수용, 아들 이숭효, 이승효, 손자 이정. 바람을 등 뒤로 맞는 선비 소나무에 비친 달을 보며 산책. 굴곡진 소나무, 편파구도, 인물중요. 원경생략법.
중국 이곽파 vs 마하파
중국 수나라에 이르러 당대의 인물화 쇠퇴하고, 산수화가 발전하였다. 특히, 수묵 산수화.
북송대 양대유파 형성되었는데, 북장 웅장거대산수 형호, 관동 이어 이성곽희 이곽파/ 강남수려명징산수 동원, 거연 강남산수 남종문인산수화/ 남송대에 남송원체화풍을 이어 마원하규가 마하파 이룩하였다.
마하파 화풍이 우리나라와 일본에 미친 영향
일각구고. 타지의 소나무. 강안사구의 묘사. 대담생략.
이상좌<송하보월도>편파구도. 거칠게 뻗은 소나무. 원경의 생력적 표현, 16세기 후반 절파계통으로 흡수됨. 아들 이숭효, 이흥효.
일본 슈우분 <죽제독서도>편파구도, 트인공간구사, 소나무모티브, 산과 언덕의 표면에 부벽준
안견(安堅, ?~?)
안견은 세종조에 배출된 조선 전기 최고의 산수화가로 곽희파 화풍을 토대로 마하파 화풍을 종합하여 독자적인 화풍을 이루었다.
안견파 화풍은 조선 전기는 물론 중기에까지 이어졌고, 또 바다를 건너 일본 슈우분파에 영향을 미쳤다. 양팽손, 정세광, 신사임당, 김시, 이정근, 이징, 김명국 등 안견을 추종했던 대표적 인물들이다.
안견이 대가로 성장하는데에는 세종의 동생이자 당대 최고의 송설체 서예가였던 안평대군의 역할이 컸을 것으로 믿어진다. 안평대군을 오랫동안 가까이 섬김으로써 안견은 격조 높은 자신의 세계를 개척하게 된 것이다.
그의 작품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에게서 1447년 어느날 꿈속에서 본 무릉도원이라는 이상 세계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묘사한 그림이다. 무릉도원의 신비스럽고 웅장한 세계를 사실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별로 크지도 않은데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안평대군의 발문과 총23편의 찬문이 곁들여 있는데, 몇가지 양식적 특징을 보면 이야기가 왼편 하단에서부터 오른쪽 상단부로 전개되는 것이 이색적이며 자연스런 현실세계와 환상적인 도원세계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데 현실세계의 왼편 토산은 야산으로 표시된 반면 도원은 기괴한 암산으로 되어 있다.
독특한 조감도법을 보여 좌측은 정면에서 본 것으로 우측 도원은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 본 상태로 그려져 있다.
전경은 몇가지 산들이 모여 총체를 이루고 잇는데 흩어진 듯한 경물들이 결국 합쳐져서 하나의 종합체를 이룬다. 현실세계와 이상향인 도원세계를 나누는 역할을 하는 기암절벽, 바위표면 붓질을 잇대어 필선을 드러내지 않는 점, 해조묘의 나무표현 등은 북송 곽희<조춘도>의 영향을 보여준다.
곽희파 화풍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자기 나름의 독자적 양식을 형성했는데, 전체적인 구조, 공간의 기술적 처리, 평원과 고원의 대조, 사선운동으로 달성한 산수웅대성, 환상세계의 성공적 구현은 안견 특유의 뛰어난 재능을 보여준다.
안견의 작품으로 전칭되는 <사시팔경도><소상팔경도>에서도 시원양식, 편파구도, 경물간의 유기적 연결 등을 보여준다. 이러한 안견의 화풍은 바다는 건너 널리 일본에까지 전해지는데, 조선 초 한국을 다녀간 승려 슈우분과 한국화가로 일본에 건너간 수문의 역할이 컸다고 믿어진다. 일본 수묵산수화의 비조인 슈우분은 1424년 조선에 머물렀던 것을 계기로 그와 그의 제자들의 작품에서 삼단구성, 퍼스펙티브한 효과, 공간의 무한확장과 대기의 표현, 경물군의 유기적 매치, 언덕과 썽송의 소나무 등 안견파 화풍의 영향을 보여준다.
안견은 곽희파 화풍을 수용하여 한국적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한국적 화풍을 전개해 나가 조선 초기 화단을 개척했고, 많은 추종자들을 배출하여 미술계를 주도했으며 널리 일본에까지 전해져 일본 수묵산수화의 토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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