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는 현실처럼 생생하고 다양한 활동이 가능한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것을 말한다. ‘생생함’을 위해선 3D(3차원) 렌더링, 가상·증강현실(VR·AR) 등 기술이 필요하다. ‘다양한 활동’을 위해선 게임·콘텐츠·블록체인 등 분야의 역량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 5G(5세대 이동통신), 반도체 등은 메타버스의 기반 기술을 담당한다.
이런 메타버스의 융합 산업 성격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기업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지고 있다. 개방형 혁신, 이른바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메타버스 시대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서 “AR 전용 반도체 칩을 공동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IT(정보기술) 공룡 기업인 두 회사가 메타버스 분야에서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MS는 ‘홀로렌즈2’라는 AR 기기를, 퀄컴은 ‘스냅드래곤 XR1·XR2’라는 AR·VR용 칩을 보유하고 있다. 두 제품은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란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AR 기기가 대중화되려면 좀 더 가볍고 작으면서도 성능이 강력한 제품을 구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퀄컴과 MS는 이런 공통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AR용 칩 제작부터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는 “MS와 퀄컴의 역량이 통합된 차세대 경량 AR 안경은 AR 시장 규모를 확 키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CES 2022에선 현대차와 유니티 간 업무협약(MOU) 체결도 발표됐다. 유니티는 게임 개발 도구 유니티 엔진을 개발한 회사로 유명하다. 게임과 메타버스는 품질 높은 3D 콘텐츠를 구현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메타버스산업에서 유니티, 에픽게임즈 등 게임엔진 업체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이유다. 실제 유니티 엔진은 네이버의 ‘제페토’, 메타(옛 페이스북)의 ‘호라이즌’ 등 메타버스 플랫폼 제작에 사용됐다.
게임엔진은 자동차산업에도 일부 활용되고 있다. 소비자가 디지털로 구현한 자동차 옵션 제품들을 취향대로 조합해 자동차를 가상 경험할 수 있는 ‘컨피규레이터’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이를 넘어 현실의 공장을 가상세계에 똑같이 구현(디지털 트윈)한 ‘메타공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메타공장은 자동차 공정을 디지털화해 원격으로 모니터링, 제어, 수정 등이 가능하다. 신차 개발 과정을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다. 현대차는 메타버스 설계와 실시간 3D 이미지 렌더링 등 작업을 유니티와 함께해 고품질의 메타공장을 구현할 계획이다. 나아가 MS와도 메타공장 사업에서 협업을 타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도 메타버스 분야에서 협업 과제를 함께 발굴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협업 방안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삼성은 반도체, 가전, VR 관련 기술이 강하고 SKT는 5G 서비스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보유한 만큼 양사 간 시너지가 기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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