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작가이자 영화감독, 비평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며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주목받고 있는 히토 슈타이얼이 아시아 첫 대규모 개인전을 선보인다. 독일과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히토 슈타이얼은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의 이면과 기술·자본·예술 등과 관련한 철학적이고 비평적인 통찰력을 작품과 저술활동을 통해 보여줘 왔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는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는 히토 슈타이얼의 논문 '데이터의 바다: 아포페니아와 패턴(오)인식'에서 인용한 것으로, 현재의 데이터 사회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의도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들은 히토 슈타이얼의 감각적이면서도 여러 기술이 접목된 강렬한 영상과 사운드, 그 속에 담긴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망라하는 대표작 23점을 소개하며, '데이터의 바다', '안 보여주기-디지털 시각성', '기술, 전쟁, 그리고 미술관', '유동성 주식회사-글로벌 유동성', '기록과 픽션' 등 5부로 구성했다.
오늘날 우리가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정보와 SNS에 올리는 사진과 글들은 데이터화 되어 개인의 삶과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팬데믹 시대에는 비대면 온라인 활동이 활발해졌고, 이러한 데이터 사회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작품 '야성적 충동'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제작·지원한 작가의 신작으로 양치기의 리얼리티 TV쇼를 찍던 제작진이 팬데믹을 맞으며 이를 중단된 뒤 동물 전투 메타버스를 다시 제작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치기들은 TV쇼가 NFT 적자생존의 경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 맞서 싸우고, 구석기 벽화가 그려진 동굴은 양치기들이 가지고 있는 상호교류의 힘을 불러온다. 사람들의 감정이나 탐욕 등으로 인해 통제 불능이 된 시장을 뜻하는 '야성적 충동'은 오늘날의 비트코인과 NFT와 같은 자본주의를 생태적인 움직임을 통해 저항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사방이 비치는 바닥과 벽, 병 안의 센서로 자라는 식물 등은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안 보여주기: 빌어먹게 유익하고 교육적인 .MOV 파일' 작품은 디지털 기반의 감시 사회에서 우리가 보이지 않게 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해상도를 낮추거나 불량 화소 되기, 국가의 적으로서 실종자 되기나 은폐되기 등 재치있으면서도 통찰력 있는 방법들이 제시되며, 이는 디지털을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이 되기도 한다. 숨을 수 없는 현대 시대에 우리가 숨을 수 있는 방법은 과연 무엇인지 흥미로운 관점으로 감상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유동성 주식회사'는 금융과 자본, 데이터, 사람이 계속해서 이동하는 현상을 물의 이미지로 표현한 작품이다. 흐르는 물 형상을 한 설치물 앞으로 보이는 영상에는 투자 자문가에서 격투기 해설가로 활약한 제이콥 우드가 등장한다. 그는 여러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격투기 시합이 유동적인 금융시장과 같다고 말한다. 또 형태를 바꾸고 흘러갈 줄 알며 충돌하기도 하는 물의 유동성은 현금과 자본의 유동성, 상품의 순환, 인터넷 기반 정보 이동 등과 닮았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팬데믹 시대 대중들의 시위와 진압하는 경찰의 행위를 쉬지 않고 춤을 추는 경찰 아바타로 구현한 '소셜심', 동시대 미술관의 새로운 위상을 해석한 '면세 미술', '독일과 정체성'에서부터 '비어 있는 중심', '11월' 등 히토 슈타이얼 작품의 바탕을 이루는 다큐멘터리적 시선을 다룬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작품 속 주인공과 스토리를 따라서 우리가 맞닥뜨린 사회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그리게 될 히토 슈타이얼의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9월 18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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