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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Art & Life/후 이즈 Who is

강혁의 인공적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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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A 졸업과 창업에 대한 확신

패션 디자인 기업 ‘강혁’의 회사 이름은 공동대표 중 한 명인 최강혁 대표의 이름에서 따왔다. 또 한 명의 공동대표 손상락 대표는 RCA(영국왕립예술학교) 남성복 석사 과정을 통해 최 대표를 처음 만났다. 손 대표는 RCA 석사과정을 통해 런던생활을 막 시작했지만 최 대표는 RCA에 다니기 전, LCF(런던 칼리지 오브 패션)에서 테일러링 학사 과정을 마친 상태였기에 런던의 문화와 언어에 익숙했다. 손 대표는 자연스럽게 최 대표를 통해 수업이나 런던 생활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고, 둘은 금방 가까워졌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가까워진 두 대표는 졸업을 앞두고 같은 고민에 빠졌다. 비자문제였다. 이는 두 대표만의 문제가 아니라 RCA에 다니고 있던 대부분의 외국인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고민하는 부분이었다. 졸업과 함께 비자가 만료되는 상황 속에서 어떤 이는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아 런던 생활을 연장했고, 어떤 이는 런던에서 취업을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한국으로 돌아가 창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이 결정의 근거엔 그들이 공유한 비전과 아이템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에어백이란 소재의 발견

그들이 가진 아이템은 ‘에어백’이란 소재였다. 최강혁 대표는 LCF에서 테일러링을 공부하던 당시 기존의 패션 소재들에 지루함을 느꼈다. 자연스레 RCA에선 좀 더 재밌고, 신선한 소재들을 찾기 시작했고, 긴 연구 끝에 에어백을 발견했다. 그 후 에어백을 소재로 만든 옷들로 졸업 전시를 진행했고, 이를 본 손상락 대표의 머릿속엔 하나의 생각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 ‘이건 된다’. 두 대표에게 있어 ‘에어백’이라는 아이템은 사업을 시작하게 만든 원동력이자, 브랜드 ‘강혁’의 오리지널 디자인에 대한 메타포이기도 했다. 자동차 안에 숨어있는 에어백은 흔한 안전보조장치에 그치겠지만, 옷의 소재가 되는 순간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요소로 변화한다. 직관적으로는 요즘 중요한 이슈인 업사이클링이 떠오르고, 에어백 특유의 텍스쳐가 주는 ‘인공적인 느낌’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좌) 강혁 제품들의 주소재가 되는 자동차 에어백  (우)‘강혁’이 추구하는 Artificial World

 

 

Artificial World !

두 대표는 에어백이란 생소한 소재를 옷을 만드는 일에만 국한하지 않았다. 더욱 폭 넓은 사용범위를 제시했다. 에어백을 이용해 강아지나 나무의 형태를 만들어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그 세계관을 통해 ‘강혁’이라는 하나의 흐름, 한나의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그 흐름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Artificial', 즉 ‘인공적인 것’이다. 두 대표는 ‘강혁’의 정체성을 Artificial로 정의하고 Artificial World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시작했다. 왜 Artificial이냐는 질문에 손 대표는 “우리가 사용하는 에어백이란 소재도 우선 인공적인 것이다. 인공은 결국 ‘사람이 만든다’는 뜻이고, 그 이면엔 인간이 가진 ‘만든다’는 행위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런 확고한 태도가 허울 좋은 가치를 내세우며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과 ‘강혁’을 차별화 시켰다.

 

 

 

끊임없는 공부, 창업가는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 

하지만 창업은 아이템만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자금도 필요했고, 사업에 대한 지식도 필요했다. 그리고 패션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과 한국의 패션 산업의 일선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온도가 다른 일이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많은 이들이 이 과정에서 고충과 두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강혁’의 손 대표는 달랐다. 손 대표는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등 흔히 말하는 ‘사’자 직업을 가진 이들과 이야기하는 것에 큰 재미를 느꼈고, 처음부터 하나하나 열심히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패션 쪽으로 가지 않았다면 검사가 됐을지도 모르겠다고 말 할 정도로 ‘전문 영역’에 흥미를 느끼는 손 대표의 기질은 학사과정에서 의류행정학을 전공한 경험과 합쳐지며 시너지를 내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모든 결정을 두 대표가 함께 하지만, 자연스럽게 최 대표가 디자인에 좀 더 중점을 둔 업무를 맡게 됐고, 손 대표는 브랜드 디렉팅, 회사의 경영과 운영을 맡게 됐다. 그럼에도 자금 문제는 해결하기 쉬운 것이 아니었고, 수소문 끝에 손 대표는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지원사업, ‘디자인벤처창업학교’ 와 ‘세대융합 창업캠퍼스’를 접하게 되었다. 강혁은 세대융합 창업캠퍼스를 통해 최고의 동료를 얻게 된다. 

  

 

  

젊음과 경험, 어우러지다

‘강혁’의 두 대표는 창업 초기, 실제 산업에서의 경력이 짧은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옷의 컨셉을 디자인하는 것과 실제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차이를 몸소 느끼기도 했다. 즉 학생으로서 배운 디자인과 자신들이 가진 아이디어가 ‘사업화’되는 과정을 통과해야 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대융합 창업캠퍼스를 통해 함께하게 된 장년인재, ‘샘플실의 구자봉 선생’이 큰 힘이 됐다. 지금 구자봉 선생은 ‘강혁’ 의류의 샘플 제작부터 관리까지 모든 업무를 함께 하고 있다. 구자봉 선생을 처음 만나게 된 건 두 대표가 창업 과정에서 샘플실을 찾아다닐 때다. 많은 샘플실을 찾아다녔지만 그 중에서도 구자봉 선생이 월등하게 실력이 좋았고, 손 대표가 틈나는 대로 찾아가 함께하기를 권유했다.  

 

 

 

 

   

창업을 한다는 건, 사람을 만나는 것

손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장년인재인 만큼, 한 분야에서 오래 일을 하시다보니 쌓인 경험만큼이나 지루해 하시는 분들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자극이었고, 손 대표와 같은 젊은 인재가 원하는 건 경험이었으니, 세대융합 창업캠퍼스는 훌륭한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손 대표와 구자봉 선생이 급속도로 가까워진 계기는 과제를 위해 한국디자인진흥원을 오가는 택시 안에서였다. ‘강혁’의 당시 사무실은 동대문에 있다보니 분당에 위치한 디자인진흥원까지 꽤 거리가 있었다. 자연스레 택시 안에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서로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 택시 안에서의 대화는 실무에서도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창업자에게 ‘사업을 진행하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실무를 이어가는 것’은 분리된 행위가 아닌, 어쩌면 긴밀하게 연결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강혁’의 제품 

두 대표는 RCA에서 공부한 경험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더욱 폭 넓게 고민하고, 자기 디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전세계의 우수한 학생들이 모이는 만큼 경쟁 역시 치열했고, 그만큼 패션에 관해 폭넓은 시선을 가지게 된 시간이었다. 그 누적된 시간들은 당연히 ‘강혁’의 제품에 녹아들어있다. 그런 ‘강혁’의 제품을 먼저 알아 본 것은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들이었다. 먼저 미국의 유명한 랩스타인 Travis Scott, Joey Badass가 ‘강혁’의 옷을 착용했다. 특별한 프로모션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두 아티스트가 ‘강혁’의 옷을 보고 개인적으로 구매한 뒤 착용했을 뿐이다. 또 이 시대 최고의 패션 아이콘 중 한 명인 Asap Rocky도 ‘강혁’의 옷을 입었다. 이 경우는 조금 더 공식적이었다. Asap Rocky의 스타일리스트가 ‘강혁’측으로 먼저 문의를 해온 것이다. 해외 아티스트들의 ‘강혁’을 향한 애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재작년 한국에서도 전시를 진행한 적이 있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Nick Knight는 ‘강혁’의 옷을 소재로 영상을 만들었다. 이 영상은 현재 유튜브에서‘KANGHYUK - Collection 1’으로 검색하면 시청할 수 있다.

  

 

 

 

강혁의 옷을 착용한 A$AP ROCKY

 

 

아름다움이란 디자인의 핵심

손 대표가 RCA에서 얻은 것 중 가장 큰 하나는 ‘진지함을 덜어내는 것’이었다. 디자인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당장은 이유를 찾을 수 없더라도 우선 멋지게 느껴진다면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과도하게 의미가 부여되고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지나친 진지함으로 접근했던, 그리고 그렇게 교육 받아왔던 이전의 디자인에 대한 접근법에 비해 훨씬 자유로워진 것이다.

이런 변화는 디자인하는 행위의 즐거움으로 이어졌다. 빠르고, 끊임없이 변화고, 새로운 기술들이 무궁무진하게 등장하는 이 시대에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덕목에 대해 묻자 손 대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자극’이라고 대답했다. 선정적인 자극이 아니라 신선한 것, 눈으로 봤을 때 직관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얘기이거나, 혹은 디자이너에게 디자인 이상의 역량을 요구하는 요즘 시대에 다소 과도한 얘기처럼 들린다. 하지만 잘 곱씹어보면 디자인의 핵심을 숨기고 있는 말이다.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눈이 진정으로 아름답게 느끼는 것을 만들어 내는 ‘천진함’이야말로 창의적인 디자인을 위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미덕이 아닐까?

  

 

  최강혁 대표(좌)와 손상락 대표

 

 

 

 

출처: 한국디자인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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