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부터 강남의 식물관PH에서는 전아현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레진을 재료로 스케일과 독특한 기법을 구사해 세간에 관심을 받아온 전아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내면에 고여 있는 상실과 고독의 덩어리를 심산에 흩뿌려 스스로의 정화를 시도한 작품을 선보인다. 흑과 백을 넘나드는 그만의 '그레이 gray' 톤을 산맥을 채우거나 하늘의 운무로 띠워 산수화의 담담한 서정으로 그려냈다. 작가는 “빛이 머물다간 산골짜기의 모노톤 사이로 한 시절의 상실과 체념을 먹(黑)의 풍경으로 은폐했다.”고 고백한다.
심산의 은빛 풍경으로부터 시작된 상흔의 여진은 결국, 작가 스스로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의 진실일 수도 있다. 작가란 한 시대의 진실을 담기 위해 자신을 조각하고 해체하는, 마치 몸의 체액을 자식에게 내주는 벨벳거미와 같은 생을 살아야 한다면, 이번 전아현의 전시 또한 그 맥락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얼핏 보면 레진의 딱딱하고 차가운 기운이 흐르는 작품으로 보이겠으나 그 이면에는 ‘산다는 것’의 일반 현상인 ‘외로움’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고백이 액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에게, 선 채로 무심히 작품을 내려다보지 말고 앉거나 누워서 작품에 시선을 밀착해 보기를 권고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폭스더그린(foxthegreen) 팀과 함께 공간 연출을 하게 되어 완성도 있는 전시를 마무리 했다며, 작품 속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을 즐기며 편안한 마음으로 전시를 관람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전시는 12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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