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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Art & Life/뉴스 한토막

생 로랑이 만난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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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 서울 생 로랑 부스에서 선보인 이배 작가의 신작. [사진 조현 갤러리]

 

예술 애호가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아트 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은 1991년, ‘톰 기들리(Tom Gidley)’와 ‘아만다 샤프(Amanda Sharp)’가 설립한 영국 런던의 현대미술 잡지였던 프리즈는 현재 스위스 바젤의 ‘아트 바젤(Art Basel)’, 프랑스 파리의 ‘피악(FIAC)’과 함께 3대 아트페어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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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서울에서 개최된 프리즈는 가고시안(Gagosian), 하우저 앤 워스(Hauser & Wirth) 등 세계 21개국에서 110여 개의 갤러리가 출품하여 그 열기가 더욱 뜨거웠다.  뿐만 아니라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전시 프로그램을 열고 프리즈 관람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였다.  패션 전문매체 BoF는 “프리즈에 방문하는 예술과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창의적이며, 세련되고 부유한 고객들은 패션 브랜드에게도 중요한 의미”라며 이를 ‘프리즈 효과’로 해석할 정도이니 프리즈 행사는 이미 패션 브랜드의 주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생 로랑(Saint Laurent)은 프리즈 서울 공식 파트너로서 삼성동 코엑스에 부스를 열어 눈길을 사로 잡았다. 단순 홍보 부스가 아니라 한국 현대 미술가 이배 작가와 협업해 신작 5점을 출품하였다. ‘숯의 작가’ 이배는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작업하는 국내 대표 현대 미술가로 ‘붓질’ ‘불로부터’ 시리즈로 대표되는 숯을 활용한 단색화와 조각 작품으로 이름나 있다. 이번 협업 전시를 위해 ‘생 로랑(Saint Laurent)’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arello)가 직접 점찍었다고 한다.

 

 

 

숯이 그리는 예술

숯은 작가 이배에게는 예술을 위한 훌륭한 재료이다. 작가는 고향인 경북 청도에서 인근의 소나무를 이용해 숯을 구워낸다. 숯을 굽는 과정도 예술이다. 2주간 굽고 2주간 식히는데, 천천히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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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는 숯의 물성을 다채롭게 활용하여 캔버스에 짙고 엷은 검은색의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 이번 프리즈에서 볼 수 있는 ‘이수 뒤 푸(Issu du Feu, 불로부터)’ 시리즈는 숯을 잘라 붙인 작품으로 나무의 부위에 따라, 나뭇결에 따라 그 색이 달라진다고. ‘숯과 어떤 관계를 맺어나갈까 고민한다는' 그의 말처럼 작품에서는 천천히 오래 구울수록 광택이 좋아지는 숯의 은은한 시간성이 묻어난다. 그의 작품은 오는 프리즈 서울뿐만 아니라 생로랑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한달 간 개인전이 개최되었다. 

 

 

한편 생 로랑은 국내에 첫 플래그쉽을 오픈하며 매끄러운 브라스와 유리를 주재료로 새하얀 대리석과 콘크리트를 가미하여 상상 속 미래 도시를 찾은 듯 환상적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공간 곳곳에 배치된 빈티지 가구는 대조적 이미지를 연출하며 호기심을 자아내는데, 이는 현대의 흐름을 반영하되 오래도록 이어온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잃지 않으려는 굳은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I wish you were here.

 

 

결속의 의미를 담은 누군가의 상징적 메시지는 이 매력적인 공간에서 시선을 잡기에 충분했다. 이 메시지는 생 로랑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arello)와 한국 아티스트 이정의 특별한 협업이 낳은 결과물이다. 안토니 바카렐로는 이 플래그십 부티크 오픈을 기념할 색다른 예술적 협업을 기획했고, 네온사인을 매개체로 설치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작가 이정을 떠올렸다. 여섯 차례의 개인전을 비롯해 광주비엔날레, 홍콩 아트 바젤, 프리즈 뉴욕 등 다양한 아트 페어에서 꾸준히 주목받은 그녀는 문자와 빛을 도구로 활용해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부티크 안에 자리한 ‘I wish you were here’ 역시 2021년 서머 컬렉션 쇼 타이틀로 쓰인 짧은 문장을 주제 삼아 눈부신 네온사인으로 완성한 그녀의 작품이다. 혼돈과 불안의 시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간 그녀가 건넨 한 줄기 희망처럼, 다소 차가운 인상을 주는 실내에서 밝게 빛나는 작가의 작품은 사막에서 열린 지난 컬렉션 쇼의 극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청담동 생로랑 플래그십 부티크에 설치되었던 이정의 작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 바카렐로(Anthony Vacarello)의 예술을 향한 열정은 생 로랑의 ‘리브 드와(Rive Droite)’ 프로젝트에도 깃들어 있다. 각종 서적과 음반 등의 사물 혹은 이벤트와 공연을 만날 수 있는 파리 시내 하나의 공간인 리브 드와, 1960년대 럭셔리 패션의 개념을 대중에게 알린 하우스의 리브 고슈(Rive Gauche) 라인을 본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작년 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디자이너이자 아티스트 헬무트 랭에게 손을 내밀어 그가 제작하는 조각품을 위해 생 로랑의 과거 컬렉션 피스들을 기꺼이 제공하며 화제를 모았다.

 

파리 시내 리브 드와에 나란히 놓인 헬무트 랭×안토니 바카렐로의 리브 드와 프로젝트의 작품

 

헬무트 랭×안토니 바카렐로의 리브 드와 프로젝트는 1980년대 후반부터 헬무트 랭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힌 안토니 바카렐로가 직접 제안했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롭다. 문자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이른바 ‘디자인 언어’를 선보여온 헬무트 랭은 끊임없이 ‘럭셔리’, ‘옷의 기능’ 같은 본질적 키워드를 떠올리며 오늘날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패션계 예술적 협업을 일찌감치 선도했다. 2005년부터는 폐기물 등을 예술 작품의 원료로 재활용하는 작업을 시도해 본격적으로 전문 아티스트로서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이러한 도전적 행보를 존경해온 안토니 바카렐로에게 헬무트 랭은 동시대 문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완벽한 파트너나 다름없었다. 마침내 헬무트 랭×안토니 바카렐로의 리브 드와 프로젝트를 통해 안토니 바카렐로가 전한 컬렉션 의상과 액세서리, 주얼리 등은 여러 소재를 결합한 다음 원시시대 토템을 닮은 검은 기둥 모양의 조각품으로 새롭게 재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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