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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Art & Life/후 이즈 Who is

디자이너 우영미의 끝 없는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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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하여 전 세계 패션위크가 디지털로 변경되거나 피지컬과 병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패션쇼에 익숙해 있던 디자이너, 미디어, 바이어 그리고 주최자에게 디지털패션위크는 너무나 낯설었습니다. 지난 상반기에 치뤄졌던 20FW 패션위크에 대해서는 찬사보다는 비난과 부족함의 목소리가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패션위크가 시작된 이래 50여년만에 일어난 일이었으니까요. 모두에게 낯설 수 밖에 없으니, 그러니, 말들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로 진행되니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컬렉션을 볼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생각과 달리, 쇼 하나를 진득하니 보기가 쉽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예요.  

그런데, 우영미는 달랐습니다. 지난 7월 온라인으로 진행된 21SS 파리패션위크에서 우영미는 15분이란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이번 컬렉션은 독일 무용가 피나 바우쉬(Pina Bausch, 1940~2009)에게 영감을 받아 춤을 매개로 한 시대의 모멘텀을 표현했습니다. 화려하지만 낡은 무대에서 촬영된 이번 컬렉션은, 비록 무대는 망가져 있을지언정 그 곳에서는 새로운 희망과 창의성, 그리고 진화의 힘이 일어선다는 시적인 이미지를 그려낸 것이죠.

 

특히 이번에 선보인 21SS컬렉션은 브랜드 우영미의 젠더리스(genderless)적 접근법을 이어가며 서울 젊은이들의 직감적 스타일에 자리잡고 있는 통합 컬렉션에 춤의 정신을 적용시켰습니다. 마젠타 핑크, 라이트 블루 및 민트 색상의 로맨틱한 느낌과 피나 바우쉬 의상의 가라앉은 베이지, 샌드, 블랙이 시즌 컬러 팔레트를 완성했습니다. 플로럴 모티프들은 고요와 희망의 비주얼 제스처에 나타나는 바우쉬 무대 예술에 대한 오마쥬로 표현되었습니다.

 

21SS Collection of WOOYOUNGMI

 

디지털 파리패션위크 첫 날 우영미의 21SS 컬렉션 영상은 공개가 되자마자 많은 외신 기자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보그 미국 매거진 수석 평론가 사라 무어(Sarah Mower)는 ‘스타일적으로 서울의 젊은 세대들의 스트리트 스타일로 받아들이던 그런 종류의 테일러링이 더욱 발전된 형태로 우영미 브랜드의 하우스 룩이 더욱 강화되었다.’ 라며 아끼지 않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우영미는 세계적인 디자이너입니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워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디자이너입니다. 우영미의 또 다른 레이블 쏠리드 옴므는 지난해 부터 여성복 라인을 선보이기 시작했는데요, 이와 관련하여 디자이너 우영미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옷에서 성(姓)을 구별하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할까 라고 생각해 왔다. 내가 입는 옷도 그렇고, 내 딸들과 자매들은 일찍부터 ‘우영미’와 ‘쏠리드옴므’를 입었다. 거기에 ‘여성에 맞게’ 조금 변화를 준 것이 이번에 선보인 우영미 여성복 라인이다. 우영미 여성복은 기존 우영미의 또 다른 한 측면(another side)일 뿐이라면서 남녀가 서로 성을 바꿔서 ‘함께’ 입을 수도 있게 디자인했다고 한다. 그래서 모델들도 장발의 남성모델과 단발의 여성모델 등, 옷이나 모델의 모습만 보면 잘 구별이 가지 않도록 구성했다는 것이다.  첫 선을 보인 우영미 여성복에 대한 반응이 기대 이상인데, 이를 본 사람들은 그동안 ‘우영미’에 대한 해외에서의 존재감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고 했다. " (패션포스트, 2020년 2월)

 


 

디자이너 우영미는 1983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국제 패션 어워드에서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이브닝드레스였는데, 저고리 없이 치마만으로 이브닝드레스를 멋지게 연출한 옷으로 3위에 입상하였다. 당시 심사위원들은 프랑스의 티에리 뮈글러, 이탈리아의 미소니, 일본의 이세이 미야케 등 쟁쟁한 패션 디자이너들이었다.

 

수상 당시 우영미는 성균관대학교 의상학과를 졸업한 뒤 반도패션(LF의 전신)에서 일하고 있던 입사 2년차의 신입 디자이너였다. 행사 직후 이세이 미야케는 통역사를 통해 “나는 우영미 씨를 1등으로 채점했는데 아쉽다”고 극찬하면서 “나와 함께 일할 생각이 있으면 일본으로 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하는데 그때의 경험은 우영미에게,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커다란 자신감을 갖게 해주었다고 합니다. 이후, 미국 수출 ODM회사 뻬르마와 레드옥스를 거쳐 “회사가 원하는 옷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옷을 만들고 싶어서” 1988년 자신의 브랜드 ‘쏠리드옴므’로 독립하였습니다.

 

독립 후, 14년쯤 지난 2002년, 우영미는 파리 진출을 시도합니다. 1993년에 디자이너 이신우와 이영희 등이 파리컬렉션에 진출한 적이 있지만 남성복 디자이너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우영미 본인 스스로도, 전례도 없었고 어떻게 진출해야 하는지, 심지어 패션쇼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파리로 떠났습니다. 

처음 한동안은 엄청난 자괴감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텃세 세기로 유명한 파리 패션계에서, 아무런 네트워크나 인프라가 없던 동양인 여성 우영미가 겪은 고초는 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우영미는 없었을 것이기에, 그때의 선택이 자랑스럽다고 밝힙니다. 

‘동양 여자가 만드는 서양 남성복’으로 파리 패션계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은 우영미는 파리의 저널리스트들이나 디자이너들로부터 “우영미의 옷에는 유럽의 명품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동양적 섬세함과 우아함이 들어 있다”는 평을 들어왔습니다. 이 점이 우영미 브랜드와 해외 유명 남성복 브랜드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우영미가 이끄는 ‘쏠리드옴므’와 ‘우영미’ 브랜드는 매출보다 브랜드 가치를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쏠리드옴므’는 컨템포러리 남성복 시장의 영역에 속하는 브랜드로서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선호하는 스타일입니다. 굳이 ‘우영미’와 비교하자면 소비자층의 폭이 좀 더 넓습니다.

‘우영미’는 파리 패션위크에서 매 시즌 컬렉션을 소개하는 디자이너 라벨로 하이엔드 마켓, 럭셔리한 젊은 소비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영미 디자이너는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2011년 연합회 소속의 파리의상조합(La Chambre Syndicale de la Mode Masculine) 정회원이 되었습니다. 파리에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어서 파리와 런던 등 세계 패션계의 비중 있는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교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또 매년 ‘가장 영향력 있는 글로벌 패션인물 500’을 선정해 발표하는 BOF(Business of Fashion)의 리스트에 2014년 국내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이후 3년 연속 선정될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디자이너입니다. 데뷔 30주년을 맞은 2018년에는 서울 패션위크 명예 디자이너로 선정되어 DDP에서 2019 S/S시즌 개막쇼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2018년 10월 DDP에서 열렸던 2019 S/S 서울패션위크‘솔리드옴므’오프닝쇼.

 

“독립 브랜드를 운영한 지 벌써 32년째가 되었다. 그동안 정말 앞만 보고 정신없이 살아왔다. 국내외 기자들이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가 ‘우영미’밖에 없다는 얘기를 할 때 몹시 씁쓸하고 슬프다. 덩어리로서 무리지어 활동할 때 힘이 생기는 법일 텐데…. 하지만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한국 패션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부분에서 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는 뿌듯할 때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글로벌 브랜드’로서 부족한 게 많다고 생각한다. 우리 브랜드가 글로벌 브랜드로 반석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 현재 나의 당면과제이자 목표다.” (패션포스트, 2020년 2월)

 

이처럼 이미 국내외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졌음에도 디자이너 우영미는 글로벌 브랜드로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디자이너 우영미의 끝없는 도전을 응원합니다!

 

 

※ 작성참고

우영미, 세계 무대 주류 됐어도 나는 또 다시 도전한다. (패션포스트,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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