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듀오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독일 베를린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듀오 작가 엘름그린과 드라그셋 (Elmgreen & Dragset)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 같이 한번 살펴 보아요~!
덴마크 출신의 마이클 엘림그린(Michael Elmgreen, b.1961)과 노르웨이 출신의 작가 잉가 드라그셋(Ingar Dragset, b.1969)으로 구성된 엘름그린 & 드라그셋은 1995년부터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시를 쓴 엘름그린과 연극을 한 드라그셋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작업을 이어 왔습니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1994년 코펜하겐의 작은 게이바였다고 하는데요, 서로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이들은 알고 보니, 같은 건물에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후 연인으로 발전하면서 함께 혹은 따로 살며 여러 작품을 같이 만들었죠, 현재는 각자의 파트너와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냉소적인 유머와 철학이 공존하는 작품을 발표하며 자신들이 대면한 세계 속 고착화된 관념들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고발하는 등 현대사회에 대한 다채로운 담론을 형성해 왔습니다. 엘름그린 &드라그셋은 그들의 경력에 걸쳐 예술이 표현되고 경험되는 방식을 재정의하여 왔습니다.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2005년에는 미국 텍사스 주의 사막 도로변에 프라다 매장을 세웠습니다. 차도 잘 다니지 않고, 사람 그림자도 찾기 쉽지 않은 메마른 땅 한가운데 휑하게 서있는 모습은 냉소적인 유머를 자극합니다.
이 작품은 처음 설치된 이후 지금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낡은 데다가 불어치는 모래바람에 생채기투성이지만 어떠한 보호조치도 없이 그냥 온몸(?)으로 세월과 자연 앞에 견디고 있습니다. 규모가 35㎡ 정도로 작은 프라다 매장처럼 보이지만 절대 문이 열리지 않는 이 좌우대칭의 건물은 매우 정적이면서도 균일하고 정제된 느낌을 줍니다. 실제로 진열대 앞에는 가방이, 뒤편에는 구두가 진열돼 있습니다. 프라다는 자신들의 사업에 비판적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2005년 가을·겨울컬렉션과 상표 사용도 허락했습니다. 실제 이 작품의 제작비를 제공한 곳은 프라다가 아닌 뉴욕에 본부를 둔 아트 프로덕션 펀드(Art Production Fund·APF)와 마파의 문화예술교육기구인 볼룸 마파(Ballroom Marfa)입니다.
※ 잠시 곁길로, 프라다의 예술사랑은 끊임없는데요,
제 블로그의 프라다 관련 포스팅입니다. 아직 안 보신 분은 얼른 읽어 보세요~
다음은 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컬렉터의 죽음>입니다.
멋진 인테리어와 고가의 작품으로 꾸며진콜렉터의 집의 마당 한 쪽에 떠있는 익사한 남자의 시신이 드라마틱한 서사적 상상력을 자극하며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수영장 바닥에 떨어져 있는 담뱃곽과 시계를 보세요. 디테일이 정말 놀랍죠?
벌써 작년이네요, 2019년엔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국제갤러리에서 2번째 내한 개인전 <Adaptations>을 선보였습니다.
국제갤러리 전시관(K3)에 들어서면 아스팔트로 만들어진 묵직한 캔버스 위엔 방향과 속도를 알리는 선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예 아스팔트가 깔려 있는 도로를 토막내 벽에 붙여놓은 것 같기도 한데요, 전시장 중심부엔 교통 표지판이 서 있습니다. 매끈한 스테인레스 스틸로 제작된 교통표지판은 아무 지시사항도 없습니다. 거울처럼 대상을 그대로 비출 뿐입니다. 천장에는 터널을 연상케 하는 흰색 조명등이 두 줄로 이어집니다. 마치 이제 막 완공된 고속도로에 관람객들이 올라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다양한 장르를 통해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가 엘름그린과 드라그셋.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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