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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Art & Life/뉴 플레이스

긴자 식스 Ginza S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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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백화점과 현란한 매장이 즐비한 도쿄 긴자(銀座)는 일본 전통의 쇼핑 1번지이자, 일본 경제의 얼굴이다. 긴자를 가르는 대로(大路) 주오도리(中央通り)에 늘어선 건물은 대부분 1964년 도쿄올림픽을 맞아 전후(戰後) 급성장한 일본 경제의 자부를 담아 세워 올린 건물들이다. 1990년대 버블 경제가 붕괴되면서 긴자도 쇠락했다. 부도난 회사가 문 닫자 알록달록 현란했던 간판이 허옇게 비워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 곳에 들어선 일 평균 8만 5천명이 방문하는 쇼핑몰 하나가 일본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개장식에 아베 총리까지 출동했을 정도다. '일본 부활의 상징'이라고까지 불리며 금싸라기땅 긴자 주오도리를 115m나 차지한 긴자 최대 규모(지하 6층~지상 13층·전체 면적 4만7000㎡) 쇼핑몰 '긴자 식스(Ginza Six)'다.

 

ⓒ E.studio Lab

 

 

층을 관통해 벽에 붙은 12m 높이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폭포 영상(미디어 예술가 '팀 랩' 작품)이 양손 가득 쇼핑백 든 이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미술관에나 가야 볼까 한 수작(秀作)이 여기저기 걸려 있다. 

 

teamLab, Universe of Water Particles on the Living Wall ⓒ E.studio Lab

 

 

6층 식당가에 입점한 유명 서점 체인점 쓰타야는 아예 '예술'로 장르를 특화해 전시도 연다. 펜디·디오르 등 입점한 241개 럭셔리 브랜드 매장만큼이나 눈에 띄는 게 '문화'였다.

 

6층에 위치한 츠타야 서점 ⓒ E.studio Lab

 


긴자 식스는 롯폰기힐스 등을 개발한 부동산 개발 회사인 모리빌딩과 스미토모상사, J 프런트 리테일링, L 리얼 에스테이트 등 4개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마쓰자카야 백화점이 있던 긴자 6초메(丁目) 자리를 재개발한 프로젝트. '뉴 럭셔리(New Luxury)'를 표방하며 'Life At Its Best(최고로 충만한 삶)'를 슬로건으로 삼았다. '물질적 소비만 하는 게 아니라 정신적 소비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이 진정 고급스러운 곳'이란 의미다.

 

뉴욕 MoMA를 설계한 건축가 다니구치 요시오가 디자인한 외관. ⓒ 다카야마 고조

 

 

외관부터 로고까지 세계 정상의 일본 예술가가 총출동했다. 일본 전통 가옥의 차양과 노렌(暖簾·상점에 거는 전통 천)을 적용한 건물 설계는 다니구치 요시오가 했다. 뉴욕 MoMA(현대미술관)를 디자인한 세계적 건축가다. 'GSIX'라는 로고는 디자이너 하라 겐야(59)의 작품. 무인양품 아트 디렉터, 나가노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프로그램을 담당한 스타 디자이너다. 휴게 라운지엔 삼성미술관 리움에서도 개인전을 연 사진 거장 스기모토 히로시(69)가 참여했다.

 


중앙 홀 설치물 선정과 상설 전시는 롯폰기힐스의 유명 미술관인 모리미술관이 담당한다. 난조 후미오 모리미술관장은 "긴자는 일본의 얼굴이므로 긴자 식스를 만드는 일은 일본의 새 얼굴을 만든다는 의미였다"며 "일본 최고의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오늘날 럭셔리는 물건이 아니고 체험으로 바뀌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4월 오픈 당시 구사마 야요이의 설치 작품이 걸린 긴자 식스 내부
2018년 10월 방문 당시 설치되어 있던 조형물 ⓒ E.studio Lab

 


예술의 색채를 입힌 쇼핑몰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을 꿈꾸는 일본의 포부와 연결된다. 구리하라 고이치 모리빌딩 이사는 "1964년 도쿄올림픽이 '성장'한 일본에 초점을 맞췄다면 반세기 지나 열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의 메시지는 '성숙'한 일본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긴자 식스는 성숙한 도쿄를 상징하는 아이콘"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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