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우스(KOO HOUSE)는 구정순 디자인포커스 대표가 ‘예술이 있는 삶’을 콘셉트로 문을 연 컨템퍼러리 아트 & 디자인 뮤지엄이다.
구정순 대표는 1983년 당시 금성사였던 LG의 골드스타 아이덴티티 프로젝트를 따낸 것을 시작으로 CI 전문 회사 디자인포커스의 역사를 써 내려간 1세대 여성 디자이너다. KBS, 쌍용, 카스, 뚜레쥬르, 국민은행 등 누구나 아는 국민 브랜드의 얼굴을 도맡아오며 기업인들에게 CI의 중요성을 교육한 디자인 전도사이기도 하다. 국내 내로라하는 역량 있는 디자이너들이 디자인 포커스를 거쳤을 만큼 한국 디자인계에서 인재 사관학교 역할을 해낸 핵심적인 디자인 전문 회사다.
디자인계에서 종횡무진 활동해온 그는 2016년 7월 그 흔한 개관식도 없이 조용히 뮤지엄을 조용히 열었다. 그러다 이곳을 우연히 발견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며, 관람객이 하나둘 찾아들기 시작했다. 더욱이 재방문비율이 꽤 높다고 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구정순 대표가 30여 년간 수집한 개인 컬렉션 300여 점의 작품만큼이나 그것이 놓인 공간 자체에도 공들인 기색이 역력한 만큼 찬찬히 둘러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내 집에 온 손님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듯한 공간이 되길 바랐기에 망설임 없이 ‘집’이라는 이름을 택했다"는 구하우스는 산과 물이 있는 주변 자연과 그럴듯하게 어우러진다.
3205㎡ (약 970평) 대지에 올린 2층 건물은 매스스터디스 조민석 소장이 디자인하였다. 2014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커미셔너와 큐레이터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조 소장은 “큰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미술관이되 집이었으면 한다”는 구정순 대표의 이중적인 바람에 부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형태의 벽돌이 벽면을 감싸는 픽셀레이션(pixellation) 방식을 활용했다. 여러 각도에 걸쳐 평평함, 거침을 표현하며 빛의 방향에 따라 끊임없이 다른 분위기를 내도록 해 하나이면서 여러 가지 색깔을 드러내도록 했다.
구하우스 내부로 들어가면 거실, 침실, 손님방 등 저마다 이름을 붙인 공간이 눈에 띈다. 노출 콘크리트 내벽으로 이루어진 10개의 방에 필립 스탁, 디터 람스, 샬롯 페리앙, 조지 나카시마, 피에르 폴랑, 에토레 소트사스, 잉고 마우러, 백남준, 서도호까지 디자이너와 아티스트의 가구, 회화, 설치, 사진, 영상 작품 등이 저택의 곳곳에 녹아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이 천연덕스럽게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손님방으로 사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 기획했다는 장 프루베 룸도 있다. 이곳은 장 프루베가 1932년 프랑스 낭시의 한 대학교 70개 기숙사 방을 위해 고안했다는 헤드보드가 있는 침대와 책상, 의자, 암체어 그리고 선반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디자인 역사책에서 볼 명작 가구를 삶에 녹아든 형태로 만나볼 수 있다.
2층의 마지막 전시 공간 초상화 방(Portrait Room)을 보고 나면 루프톱으로 통하는 발코니가 나온다. 북한강을 배경으로 토마스 해더윅의 의자가 툭툭 놓여져 있는 이 곳은 방과 방 사이, 공간과 공간 사이 보이지 않는 긴장감으로 집중력을 조절하다 마지막에 탁 트인 시야를 선사하는 구 대표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갤러리명 구하우스
관람시간 화~금 1pm~5pm (단 11~5월은 4pm까지)
토, 일, 공휴일 10:30am~6pm
관람요금 성인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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