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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Art & Life/보고 싶은 전시

<크리스챤 디올, 꿈의 디자이너>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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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하이 황푸강을 따라 자리한 롱 뮤지엄 웨스트번드(Long Museum West Bund). 항공기 격납고로 쓰인 옛 건물에서 느껴지는 엄숙한 분위기는 그간의 오랜 세월을 고스란히 증명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빛바랜 그 외관을 마주하며, 낡은 유물이나 고서를 볼 수 있는 역사적 전시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지금 롱 뮤지엄 웨스트번드에서 열린 <크리스챤 디올, 꿈의 디자이너(Christian Dior: Designer of Dreams)> 전시는 모두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환상적 장면을 눈앞에 펼쳐 보였다. 역사적 전시의 의미와 가치는 그대로 간직한 채.

 

 

전시장 입구 ⓒ Dior

 

오리올 컬런의 기획과 큐레이팅으로 완성한 <크리스챤 디올, 꿈의 디자이너>전시장 내부 풍경. ⓒ Dirk Weiblen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섬세한 아르누보 장식으로 꾸미고 환한 조명을 밝힌 공간이 관람객을 반긴다. 마치 상하이 한가운데서 프랑스 파리 몽테뉴 거리 30번지를 찾은 듯 기묘한 느낌이 든다.

브랜드 창립자이자 디자이너 크리스챤 디올은 줄곧 동양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 결과 1948년 S/S 컬렉션에서 중국을 향한 헌사의 뜻으로 ‘상하이 룩’을 탄생시켰고, 2008년에는 중국 출신 아방가르드 디자이너 21명과 협업해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Ullens Center for Contemporary Art)에서 디올 메종의 디자인 철학을 재해석한 전시를 선보였다. 이후에도 디올은 중국에서 전시와 쿠튀르 쇼 등을 선보이며 꾸준히 교류를 이어왔다.

그리고 또 한 번 종합예술 도시로 떠오른 상하이와 인연을 잇기 위해 <크리스챤 디올, 꿈의 디자이너>전을 개최하였다. 동서양이 한데 어우러진 듯 이색적인 공간을 찬찬히 둘러보자 곳곳에 놓인 멋진 의상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무려 275피스가 넘는 아름다운 오트 쿠튀르 드레스, 여성의 곡선 실루엣을 살린 ‘뉴룩’ 스타일의 바 재킷 등 디올을 상징하는 아이코닉 전시 의상은 모두 지난 70년 동안 메종이 탄생시킨 예술 작품이다.

 

 

런던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의 모던 텍스타일 및 패션 큐레이터 오리올 컬런(Oriole Cullen)은 이러한 작품에 깃든 장인정신과 헤리티지를 관람객에게 한층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총 14개의 테마로 나누어 전시를 기획했다. 그가 설계한 색다른 공간 속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가 그린 전위적 실루엣의 옛 디올 의상, 현재 메종을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과감한 디자인의 의상 등은 서로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연대기를 보는 듯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 중에서도 ‘콜로라마(colorama)’라는 테마의 전시장은 블루, 옐로, 핑크 등 형형색색의 빛으로 물들어 절로 감탄을 자아내는데, 디올 메종 디자인에 꾸준히 영감을 준 자연 속 정원과 베르사유 궁전의 호화로움, 무도회 등의 문화적 요소를 형상화해 꿈속 공간에 들어온 듯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총 14개의 테마로 꾸민 전시 공간에서 다채로운 색감으로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디올의 의상 작품. ⓒ Dirk Weiblen

 

디올 메종의 디자인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전시장의 시대별 의상. ⓒ Dirk Weiblen

 

예술적 디자인이 돋보이는 디올의 오트 쿠튀르 드레스. ⓒ Dirk Weiblen

 

 

한편, Rencontres d’Arles에서 젊은 인재를 위한 Dior 사진상을 수상한 상하이 시각예술학교 학생 강가오 랑(Gangao Lang)은 이번 전시를 위해 카탈로그를 촬영하였다.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기법과 창의적 관점으로 디올 메종의 유구한 문화유산과 아이덴티티를 담아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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