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루베, 샬롯 페리앙, 르 코르뷔지에, 피에르 잔느레.
20세기를 대표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인 그들의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포터블 하우스, 시대를 관통하며 그 의미와 가치가 더해진 가구들을 지금 헨리 베글린의 L.993 개관전 <장 프루베: 더하우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장 프루베는 디자인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며, 미적이면서도 기능적인 면모를 갖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장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프루베의 6×6 디마운터블 하우스6×6 Demountable House는 그의 디자인적 세계관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폭격으로 인해 폐허가 된 도시에서 전쟁 유랑민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반과 조립, 해체까지 손쉬운 조립식 주택을 만든 것. 당시 생산된 약 400개의 디마운터블 하우스 중 현재는 매우 소수만 완전한 형태로 남아 있다고 한다.
THE WARMTH OF OLD WOOD
칠이 벗겨진 오래된 목재가 주는 신비로움이 공간에 가득한 장 프루베의 조립식 주택에 샤를로트 페리앙과 피에르 잔느레의 빈티지 가구가 놓여 있다. 페리앙은 알루미늄, 강철 등 금속 재료를 주로 사용한 초기 작품과 달리 1930년대 이후부터는 일본과 베트남 문화에서 영향을 받은 목제 가구를 주로 선보였다. 마호가니 원목으로 제작한 폼리브레 커피테이블과 월넛 스툴 그리고 티크와 케인을 소재로 한 피에르 잔느레의 이지 암체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디자인은 모두가 사용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던 장 프루베는 제작과 이동, 설치하는 작업 또한 간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타의 장식을 배제하고 심플함을 살린 포텐스 램프 Potence Lamp는 벽면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어 공간 활용이 용이할 뿐 아니라 설치 또한 쉽다. 함께 놓인 붉은색 세미메탈 체어도 조립과 분해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샬롯 페리앙은 20세기 초중반 여성이라는 이유로 겪어야 했던 사회적인 어려움을 이겨내고 활약했던 1세대 여성디자이너로 이번 전시에서 그녀의 대표작 누아주 선반 Nuage Bookshelf를 만나볼 수 있다. 누아주는 페리앙이 50년대 후반에 제작한 시리즈로 개별 주문을 통해 각 피스마다 고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작품이다. 2단 보다는 3단이 더 희귀하게 여겨지고 있고, 얼마나 다양한 색이 사용되었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더욱 높게 평가되고 있다.
당대의 뛰어난 건축가이자 가구디자이너로 샬롯 페리앙과 르 코르뷔지에와 함께 수많은 프로젝트를 협업한 피에르 잔느레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잔느레는 인도 찬디가르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에서 건축물 내부에 비치할 여러가지 가구를 디자인하였다. 덥고 습한 인도 지방의 기후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일반적인 천 대신 케인을 소재로 통풍이 잘 되도록 만들어진 ‘찬디가르 퍼니처’를 볼 수 있다.
피에르 잔느레는 누구인가?
MULTI-FUNCTIONAL HANGER
마지막으로 모더니즘 건축의 거장 르코르뷔지에가 샬롯 페리앙과 협업한 코트 행어를 만나 볼 수 있다. 마치 벽에 부착한 라디에이터 같은 나무판에 다양한 크기의 고리가 걸린 이 가구는 간살 방식으로 제작된 견고한 나무판에 걸린 금속 고리에 코트를 걸어둘 수 있는 코트 행어와 작은 물건을 올려둘 수 있는 선반의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한다.
JEAN PROUVE: THE HOUSE
장 프루베: 더하우스
전시기간 2021. 5. 11.(화) ~ 6. 11.(금)
관람시간 11am ~ 6pm(매주 월 휴관)
전시장소 L.993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53길 22 헨리베글린 로데오 플래그십 스토어 B1)
관람요금 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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