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일대의 아트씬(관련내용)이 부상하는 것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얼마 전 개관한 파운드리 서울은 개관과 동시에 한남동 아트씬을 다시 바꾸고 있다. 개관을 기념해 2개의 전시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데, 독일 미술가 헤닝 스트라스부르거(Henning Strassburger)와 우리나라 디자인 듀오 ‘강혁(Kanghyuk)’의 전시이다.
2개의 전시장을 갖춘 파운드리의 메인 전시장에서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미술가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곳에서 개관전을 여는 헤닝 스트라스부르거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데, 쿤스트 아카데미 뒤셀도르프에서 거장 알베르트 올렌(Albert Oehlen)을 사사한 블루칩 작가로 알려졌다. 1983년생 젊은 작가답게 팝 문화와 디지털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는다. “현대인은 눈 깜빡하는 사이에 생산되고 전파되는 디지털 이미지에 파묻혀 살고 있기에 그 무엇도 순수하게 보기 어렵습니다. 작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디지털 시대의 이미지와 21세기 현대미술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찾고 있다.
그는 이렇게 주위를 둘러싼 이미지를 복제하고 도용하며, 회화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는 잡지 광고, 스타의 인스타그램, TV 뉴스, 20세기 현대미술사에서 추출한 상징적 요소를 발견할 수 있다. 작품 제목도 플레이리스트의 한 소절, 할리우드 영화의 대사, 소설의 한 구절 등에서 따오기 때문에 직관적이며 감성적인 감상이 이루어진다. 쏟아지는 이미지를 전유하고 이를 새롭게 자신만의 언어로 전환하는 작가의 작업 방식이 흥미롭다. 그는 미술 외에도 소설을 쓰고, 음악을 작곡하거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는 팔방미인이다. 더불어 문화 공간 ‘베를린 오펜바흐(Berlin Offenbach)’와 미술 잡지 [케니, 제인 그리고 저스틴(Kenny, Jane & Justin)] 발행인이기도 하다. 작품에 영감을 주는 디지털 이미지 생산에 그 자신도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바이파운드리(Byfoundry)는 파운드리 서울이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플랫폼이다. 이 전시장에서 강혁의 국내 첫 전시가 열린다. 강혁은 최강혁 . 손상락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듀오이자 패션 레이블 이름으로, 자동차 에어백으로 만든 실험적 의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7년 런칭한 신생 브랜드지만, 할리우드 가수 에이셉 로키와 트래비스 스콧이 강혁의 의상을 입어서 더 유명해지기도. 덕분에 그들은 2019년 LVMH 프라이즈 세미 파이널리스트, 2021년 삼성패션디자인펀드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패션계의 스타가 된 그들이 갤러리에서 전시를 여는 것은 현대미술의 개념이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강혁의 디자인 코드는 인공, 소재, 균형이다. 자동차 에어백이라는 인공 소재로 만든 의상의 질감과 형태의 아름다운 균형은 미술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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