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의 상징적인 '프라다(Prada)'라는 이름을 듣고, 패션이 아닌 현대 미술을 먼저 떠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프라다와 미우미우(miu miu)의 수장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가 베네치아와 밀라노에 미술관을 두 곳이나 두고 있는 예술 재단인 프라다 재단(Fondazione Prada)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패션 브랜드의 CEO가 막강한 재력을 바탕으로 슈퍼 컬렉터가 되고, 예술 재단을 만들고 있는데요, 루이 비통, 디올, 펜디 등을 소유한 글로벌 럭셔리 그룹 LVMH의 회장인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는 20세기부터 현대까지의 폭넓은 컬렉션을 아우르는 루이 비통 재단의 설립자로 파리에 웅장한 재단 미술관을 지었고, 구찌, 이브 생 로랑, 발렌시아가 등을 거느린 케링(Kering)의 명예 회장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 역시 엄청난 슈퍼 컬렉터로 유서 깊은 미술품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Christie’s)를 인수하고 베네치아에 두 곳의 미술관을 열었습니다. 이들은 매년 미술계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아트 리뷰 파워 100’ 순위에 늘 머물러 있습니다.
2019년 아트 리뷰 파워 11위에 이름을 올린 미우치아 프라다는 패션과 예술의 관계에 대해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편견을 깨 부수는 '예술 행보'를 보여줍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예술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흔히 디자인적 영감을 주는 수단으로써의 예술을 떠올리게 되지만, 미우치아 프라다는 '패션이 자신의 직업이지만, 한편으로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예술’에 헌신할 수 있도록 하는 재정적 수단' 이라고 말해왔습니다. "'프라다를 위한 예술’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예술은 예술 자체일 때 의미가 있다”며 사업과 예술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습니다.
프라다 재단은 전시에 있어서도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예술 프로젝트를 선보였습니다. 그 중 특히 많은 화제를 불렀던 것은 큐레이터 하랄트 제만의 1969년 전시 《태도가 형식이 될 때》를 오마주하여 2013년에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베네치아 프라다재단에서 선보인 전시입니다. 아이디어와 개념을 전시장에 가져오며 미술계의 흐름을 바꿔놓았던 이 전설적 전시를 2013년 프라다재단의 디렉터였던 미술사학자 제르마노 첼란트(Germano Celant)가 치밀하게 재현해내면서, 프라다재단이 새로운 지평을 여는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현해내려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베네치아에 미술관을 두고 있던 프라다 재단은 2015년 밀라노에 또 하나의 문화단지를 오픈했습니다. 루이 비통 재단미술관이 프랭크 게리에게 건축을 맡기고, 프랑수아 피노의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 미술관이 안도 타다오의 작품인 것 처럼 프라다재단은 세계적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설계했습니다. 밀라노 외곽의 낡은 공장 건물 7개와 3개의 새 건물을 결합하여 오래된 것과 새 것, 수직과 수평,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과 같은 대조적인 특성이 어우러지고 다양하게 변주되는 거대한 예술 단지를 만들었습니다.
미우치아 프라다와 남편 파트리치오 베르텔리(Patrizio Bertelli)에게 예술은 단순한 취미나 호사가 아니라 '필수과목'입니다. 미우치아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예술은 내게 두 번째 직업”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교양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력을 다해 임하는 '또 다른 일'이라는 것이다. 마이클 하이저와 월터 드 마리아가 광활한 사막에 깊은 도랑을 만들고, 금속기둥을 세워 인공번개를 치게 하는 것을 측면에서 돕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게 가장 신명 난다는 것인데요, 다소 주춤해진 경향은 있지만, 슈퍼컬렉터이기 보다는 펄떡이는 현재진행형 예술을 좋아하는 문화예술운동가 프라다 부부의 행보를 응원합니다.
※참고자료
서울아트가이드 칼럼 - 세계의 슈퍼컬렉터 (26)혁신으로 패션계 정상에 오른 프라다 부부, 예술은 취미가 아니라 '제2의 직업'
VOGUE Korea - 미우치아 프라다의 영감의 원천 (201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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