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주요 매체로 하는 작품을 모은 전시 <Bending Light>는 세 명의 캘리포니아 출신 작가, 피터 알렉산더(Peter Alexander), 로버트 어윈(Robert Irwin), 제임스 터렐(James Turell)과 이들과 동시대에 활동했던 미국 동부 해안 출신 작가 댄 플래빈(Dan Flavin)의 작품이 보여주는 밀접한 연관성을 기록합니다. 이 전시는 1960년대부터 캘리포니아 남부를 중심으로 진행된 'Light and Space' 운동을 이끈 세 작가의 근래 작품을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미니멀리즘 예술의 거장 플래빈의 1984년 설치 작품과 함께 선보이며 이들이 공통적으로 탐구했던 공간과 지각에 대한 예술적 접근을 조명합니다.
이 전시는 1960년대부터 캘리포니아와 뉴욕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나 기록되지 않은 예술가들의 교류에 경의를 표하며, 피터 알렉산더의 2019년 캐스트 우레탄 조각품가 로버트 어윈의 같은 해 작품인 불꺼진(unlit)형광등을 선보입니다.
'빛과 공간의 예술을 대표하는 각각의 작품은 스스로 공간을 밝힘과 동시에 주변에 설치된 다른 작품들을 비추며-실제로도 그리고 은유적인 의미에서도- 미국 서부와 동부 해안가에서 활동한 예술가들이 60년대부터 수십년동안 서로 영향을 주고 받게 한 공통적 미적 주제를 드러냅니다.
피터 알렉산더는 1995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60년대 중반 미술계에는 확실히 뉴욕의 영향력이 컸다. 그건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단지 미술과 관련된 말(words)이 모두 뉴욕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그 말이 새겨들을 만한 가치가 있든 없든 간에 말이다."
미술비평의 권위에 의구심을 품었던 알렉산더의 말에 대한 회의적인 태도는 어윈과 터렐의 작품에도 드러나며, 이는 언어의 한계를 고민했던 플래빈과 같은 미니멀리스트 작가의 태도와도 유사성을 지닙니다. 어윈은 "본다는 것은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것의 이름을 잊어버리는 것이다" 라는 자신의 말로 유명하고, 터렐은 빛을 기반으로 한 자신의 작품을 경험하는 것은 언어 '바깥의' 또는 언어를 '넘어선' 경험이라고 표현합니다. 마찬가지로 플래빈의 형광등 설치작품이 일으키는 지각 경험은 언어로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피터 알렉산더의 캐스트 우레탄 조각품은 빛을 내뿜기보다는 흡수하고 반사시키는데, 그 효과는 빛을 발산하는 다른 작품들과 동일하게 단일하고 미묘한 시각적 존재감을 통해 언어를 무력하게 만듭니다. 빛을 투영하는 그의 오브제들은 다양한 면에서 그의 1960년대 조각품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비평가들은 초기 레진으로 만든 작품들이 로스앤젤레스 하늘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빛의 순간적인 성질을 담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하곤 했습니다.
물과 빛이 만드는 시각적 현상적 효과는 알렉산더 작업에서 매우 중요하였는데요, 레진으로 작업하였던 초기 작품은 당시 작가로서 다소 반항적인 행동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미술사에서 '재료'라고 언급된 것들만 재료로 여겨지던 시절이었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터렐은 1967년부터 오로지 빛만으로 공간 속에 발광하는 형상을 투사하는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Atlantis, Medium Rectangle Glass>(2019)는 오브제를 탈 물질화하여 순수한 빛의 경험으로 만들어냄으로써 하늘이 가진 색채의 경이로움을 담고자 하는 작가의 일생에 걸친 관심과 헌신을 보여주는 시리즈 작품 중 하나입니다. 퀘이커교 신자인 터렐에게 빛을 사용한다는 것은 일종의 명상이자 깨달음을 주는것, 초월적인 것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1950년대부터 로버트 어윈은 빛이 인간 지각의 근본 조건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확장하며 드러낼 수 있는가를 탐구하며 미술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왔습니다. <Belmont shore>(2018)는 불이 켜지지 않은 형광등을 세로로 나란히 배치하여 거치대 없이 바로 벽에 설치하는 최근 시리즈의 하나입니다.
불이 켜지지 않은 형광등은 투명한 젤로 덮여 있고, 각각의 등은 빈 벽 위에 각기 다른 간격에 의해 분리되어 있습니다. 그 간격들 중 일부는 연한 회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색이 칠해진 곳과 빈 간격 위로 드리워진 그림자와 반사되는 빛이 관람객의 감각을 교란시킵니다. 무엇이 오브제이고 무엇이 배경인지 경계를 알 수 없게 하여 관람객의 시야에 리드미컬한 반향을 선사합니다.
어윈이 주변의 빛을 끌어모아 작품의 사물성을 지우고 새로운 지각경험의 공간으로 바꾸어 버린다면, 플래빈은 실제 존제하지 않는 환영의 오브제를 만들기 위해 빛을 발산합니다.
플래빈의 <Untitled>(1984)는 플래빈의 전성기인 80년대 중반에 제작된 형광등 설치작품 중 걸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빛은 회화같은 존재감을 가지면서 동시에 공간적이며 조각적인 오브제로 작용하며, 작품 뒤 모서리 공간에 시각적 환영인 마름모꼴의 불빛을 만들어냅니다.
<Bending Light>는 이처럼 네 명의 작가를 연결하는 빛나는 물질 뿐 아니라 사색과 지각인식을 위한 촉매제로서의 빛인 광희를 표현합니다.
전시소개
전 시 명 Bending Light
전시기간 2020. 6. 5. ~ 8. 14.
관람시간 11am~ 7pm
전시장소 페이스 갤러리 PACE GALLERY
관람요금 무료
'Review > 직접 가 보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툴365 X 무신사 테라스 에디션 (0) | 2020.08.09 |
---|---|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 백남준 기념관 (0) | 2020.07.31 |
빅 아이즈 : 마가렛 킨 회고展 (0) | 2020.07.14 |
고향 gohyang: home (0) | 2020.06.26 |
Eddie Kang.ZIP : We will be alright (1) | 2020.06.05 |